아랫마을 사람들(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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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2,321회 작성일 21-08-18 12:03본문
아랫마을 사람들-43-
금희의 욕심은 태생적이었다. 어린 시절, 여럿이 먹는 음식의 앞에서는 음식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은희의 몫을 가로채고, 그리고 남아 있는 음식에 눈길을 주었다.
최병무의 처는 이런 금희의 습관에 진저리를 쳤다.
금희는 성장하면서 이런 습관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으나 자신의 욕심을 숨길 줄 아는 지혜를 터득했을 뿐이었다.
최병무는 아무 쓰임새가 없는 마른 논을 금희에게 주었다.
금희는 송씨로 하여금 논을 갈게 한 후 가치를 상승시켜 비싼 가격에 매각하는 재주를 부렸다.
송씨로 인하여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각하였으니 응당 송씨에게 치하를 하여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금희는 아빠의 언질은 무시하고 송씨에게 일언 반구도 없었다.
금희는 송씨에게 응당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을 태생적으로 표시할 줄 몰랐다.
농사일 잘하는 송씨의 노력을 십분 활용하는 궁리를 튼 것은 금희의 영악함과 염치없음이었다.
공감 능력이 남다르고 지혜로운 은희는 경희와 함께 의미 있는 일을 꾸미고 있는 모양새였다.
금희는 자신을 배제하고 업무를 도모하는 일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을 축으로 돌아가 길 바랐다. 경희는 조만간 잠적할 것이었다.
그녀가 죽도록 혐오하는 남편 되는 자가 그녀를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희는 한눈에 경희의 남편 되는 남자를 알아보았다.
그 남자가 처음 마을 어귀에 나타나서 그녀에게 길을 물었을 때 금희는 ‘바로 이 남자로군’ 하고 속으로 미소 지었다.
준마와 같은 이런 남자를 피해 다니는 경희의 속내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흔해 빠진 남자의 바람기 때문일 것이라고 금희는 생각했다. 그 남자는 금희에게 이장댁이 어디냐고 물었었다. 금희는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금희는 경희가 이 남자를 만나지 않고 피할 수 있게 조섭하고 자신이 경희 대신 이 남자를 요리할 방법을 궁리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종류가 다양했다. 금희의 남편은 착한 남자였다. 결혼 초부터 금희에게 구속되었고 금희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결혼도 금희의 취향에 의해 선택되어 진 남자였다. 게임의 판세로 보자면 금희와 남편과의 관계는 퍼팩트하게 금희가 운영하다가 종료되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금희에게 수세로 연결되어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금희는 남편을 생각하면 딱하기도 하고 연민의 정이 일어났다.
금희는 이제 상대가 없는 혼자였다.
혼자 사는 여자로 분류되어 진 금희는 남자의 효용성을 새삼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최근에 느끼는 절실한 감정이었다.
그 남자는 거침없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친구처럼 미소를 머금고 금희에게 길을 묻는 그 남자의 친화력은 대담했고 몸에 밴 습관인 듯 보였다.
슈트의 칼라는 강렬했고 넥타이는 천박하게 화려했다. 금희는 내부로부터 새로운 투지가 솟아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전율했다.
금희가 남자의 출현을 경희에게 알리자 그녀는 사색이 되어 도피처를 찾았다.
오랜동안 남자와의 다툼에서 경희는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그녀는 남자에게 전의를 잃고 넌덜머리를 흔들며 멀리 도주를 하였으나 남자는 집요했다. 아마도 경희가 지닌 재산에 의해 그 남자는 집요하게 아내를 쫓고 있을 것 이었다.
경희는 또다시 도피를 시도하고 행방을 감추어야 했다.
경희의 행방이 묘연 해지자 종류가 또 다른 남자인 송씨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송씨는 잠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경희를 사랑하게 됐으나 표현 방법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경희는 송 씨의 서툴고 순수함에 함몰되어갔다. 유행가 가사처럼, 송씨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경희에게 있었다.
그녀의 부재는 송 씨의 삶을 뿌리 체 흔들었으며 결국에는 송 씨의 삶이 송두리째 황폐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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