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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사람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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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339회 작성일 21-07-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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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사람들-


경희의 행방불명이 송씨 에게는 날 벼락이었다. 경희와 연락이 끊긴 다음 날부터 송씨의 일상은 뒤엉켜 버렸다. 한참 일해야 할 한낮에 송씨는 최병무 이장댁의 뒷담 길과 대밭의 둘레길, 마을 입구, 그리고 읍내로 나가는 신작로 너머로 버스정류장까지 수도 없이 헤매고 걸었다. 송씨는 걸음을 걸으며 발을 헛디딜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송씨의 정신이 잠시 머리통에서 빠져나와 송씨의 몰골을 살피고 다시 들어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송씨의 모양새는 확연하게 뒤틀어져 가고 있었으며 정신을 잡고 있는 줄이 느슨해지고 이따금 끊기는 때도 있었다.

송씨는 최병무 이장의 저택으로 연결된 둘레길을 걸었다. 자신도 모르게 턱을 흔들며 걸었다

이장은 송씨를 발견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이 둘레길을 걸으니 기분이 어떤가. 내가 조성한 길이여."

"..."

둘레길을 걷는 송씨의 감흥을 끌어내기 위해 내던진 이장의 말은 송씨의 심경을 모르고 한 소리였다

이장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버럭 논에서 땀 께나 흘린 것 같은데 우리 큰 애가 자네한테 인사를 좀 했나?"

"..."

아무 말이 없자 최병무 이장은 그제야 송씨의 마음 상태가 평온하지 않은 것이 감지할 수 있었다.

골똘하게 생각을 정리해보니 송씨가 풀 방 구리처럼 집을 드나든 것은 경희 때문이었다

힘이 빠져 저 홀로 흔들거리는 송씨의 어깨를 보고 이장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최병무가 궁색하게 말했다.

이리와 봐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 마셔.”

"..."

최병무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최근에 차를 끓여 본 일이 없었다.

주전자에 찻잎과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데우면 그것이 차였으나 대접만 받았지 차를 끓여서 베푼 적이 근래에는 없었다. 작은아이 은희는 물론 집에 없을 것이고 큰 아이 금희도 읍내를 나간다고 했다.

병마개를 개봉한 패트병에 담긴 음료수와 지난 저녁의 주전부리로 먹던 쿠키가 생각났다

최병무는 송씨의 손을 잡아끌었다. 손에 이끌려 오면서 최병무의 집 뒤뜰을 돌 때 송씨는 연신 경희의 방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툇마루 끝자락의 라일락 군락과 이웃하고 있는 뒷방에서는 경희가 문을 열고 금방 나오는 환영을 느꼈다. 드디어 송씨의 눈에는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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