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이야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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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8,801회 작성일 21-01-04 22:0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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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손에 농기구가 떠나지 않는 송씨를 미덥게 보아온 이장은 바쁜 송가로 인해 가을에 두 사람 몫의 인력이 데이트를 위해 비운다는 것에 잠간 못마땅해 졌다.
그의 뇌리에는 남자는 항상 농사일을 하고 군인의 병기처럼 주변에 농기구가 있어야 했다. 그의 기억에 송 씨는 모범적인 젊은 농사꾼이자 젊은 병사였다. 점잖은 개가 부뚜막에 먼져 오른다더니 젊은 병사는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이장은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 나갔다가 올게요’
하며 은희가 두 사람에게 눈짓했다. 은희는 무료한 한낮의 외출 핑계로 데이트의 들러리를 자처했으나 자신의 일상 범위에서 눈에 띠지 않던 송가라는 남자를 탐색해 볼 요량이었다. 팍팍한 삶에 찌 들은 남자가 눈에 뜨일 확률은 도시나 농촌이나 매한가지일 것이었다. 어쩌면 진솔한 남자는 이외로 고단한 농촌에 박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미쳐 덜 익은 벼이삭은 얼마 남지 않은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에서 영양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몸을 흔들면서 용을 쓰고 있었고 날씨는 애써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서 들은 왼 통 황금빛이었다. 길모퉁이를 돌아설 때였다. 문득 계절을 잃은 청포도가 한 구루가 보였다. 온통 황금 빛 세상에 청포도는 옥색 깃발을 숨긴 채 저 혼자 계절에 항의 하는 것처럼 명료하고 외로워 보였다. 잔망스럽게 살랑대는 붉고 화려한 잎사귀들을 배경으로 외롭게 서서 미동도 하지 않는 포도색은 차라리 시렸다. 은이는 갑자기 멀리 떠나고 싶었다. 신도시 쪽에서 출발한 버스가 읍내를 돌아서 먼지를 날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눈길 준 후에 버스가 멈추자 은희는 느닷없이 버스에 올랐다. 은희는 경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집에 들어 갈 때 나한테 연락해, 같이 들어가자."
송씨는 자신들도 함께 버스를 타자는 뜻으로 판단했으나 경희는 송의 팔목을 지긋이 잡아끌고 있었다. 은희는 불현듯 자신의 헛헛한 마음을 대도시에 나가서 혼자 위로 받고 싶었다. 버스에 오른 은희는 운전수의 튀통수를 바라보며 경희와 송 씨와의 사이가 범상치 않음은 가늠하고 있었다. 버스는 은희를 태운채 경희와 송씨와 먼지를 남긴후 읍내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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