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생각나는 사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811회 작성일 18-05-30 22:31본문
이때쯤이면 생각나는 사람 / 신희철
“철아 니 쌀 한 포대 가져가라”
“아이고 이놈아 니나무라,”
“그기 아이고 연말이라고 동사무소, 여기저기서
김치하고 많이 갖다 주더라. 홀애비 내 혼자 다 묵나”
천여 개 폰번 중, 늦은 밤 시간개념 없이 유일하게 뜨는 번호다.
어릴 때 한동네 살면서 한 살 많은 형도 친구고 이놈도 친구다.
그놈 가정은 홀어머니 모시고 셋 식구가
창녕에서 마산, 대구, 부산, 김해 이사도 참 많이 다녔다.
한 살 많은 형이 택시운전을 하면서 이쁜 여자를 만나 먼저 결혼을 했다.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 없어도 예쁜 딸 낳고 잘 사는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놈이 형수가 엄마하고 싸워 집 나가 안 들어온다고 했다.
그 후 친구 형은 안 먹든 술을 좀 먹긴 했지만
김해 이사 와서 다른 여자 만나 배다른 애를 하나 더 낳았다.
낙동강 유채꽃 삼량진 발전소 벚꽃이 필 때마다
여자는 병아리색 잠바를 입고
그놈은 눈보다도 더 흰 하얀 운동화를 신고
이웃 친구와 셋이 돌아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벚꽃이 몇 번 피고 진 후
어느 날 친구 놈이 전화가 왔다.
미란이 엄마(형수)가 도망갔다고 했다.
옆집에 매일 놀려오는 술친구가 있었는데 그놈하고 야반도주를 했단다.
그때부터 친구 형은 술을 많이 먹었다.
“철이 니 일마, 저 밖에 가서 택시비 줘라,
들어오다 술 한 병 하고 담배 하나 사온나.”
가끔 장거리 택시를 타고 와 밤새도록 사무실서 헤맨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 두어시간 나라님한테 거품을 문다.
선미엄마, 미란이 엄마, 살아왔던이야기 콧물 눈물에
“철이 니 고맙다. 어데가도 니처럼 이래 몇 시간 억울한 내 말 들어주는 사람없는기라."
“그래,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좋은일에 축복만 받을 수 있겠나.
때론 시련도 있고 고통도 있는 게 사람사는세상 아니가,
그런 고통과 시련을 통해 깨닫게 되고 더욱 성숙해지는 게 사람이지...
니는 인물 좋고 성격도 좋으니 또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끼다.
이제 와서 부모 원망한들 뭐 하겠노.? 술 쪼매마 무라.
옛날 대나무로 칼싸움할 때 대장 하던 그 기백 다 어디 갔노? ”
어느 날 동생친구 놈이 전화가 왔다.
“하도 술 처무서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고
우리 형 좀 잡아가라고 파출소 신고해서 김해중앙병원(알콜병동)에 처넣다고,
“그래도 형인데 니가 좀 참지”
“아이고 철아! 차라리 디 졌으면 좋겠다.
선미하고 미란이는 내가 밥 다 해미고 내가 챙기서 학교 다 보낸다.
지는 술만 쳐묵는다.”
3개월 후 친구 형이 퇴원하면서
키 작은 이쁜 여자를 데리고 사무실 왔다.
“이분은,, 누고?”
지하고 결혼할 여자란다. 중앙병원 입원 때 만났다고
그 여자는 교통사고로, 자기는 알콜병동에,
병원에서 자판기 커피 빼 묵다 정이 들었단다.
자기 보고 너무 순수해서 좋다고 같이 살자기에
나는 국졸에 이혼을 두 번이나 했고 당신은 이화여대 까지나온 아직 초혼인데 우째 맞겠소.
절대 안 된다 해도 퇴원 때 그 여자가 다리 기부스도 안 풀고 따라 퇴원했다고 했다.
저 멀리 삼량진 다리 밑으로 낙동강 물이 흐르고
단풍이 병풍처럼 펼쳐진 무척산 자락,
숲속에서 유달리 붉게 보이는 빨간지붕 집을 구해
그렇게 생림면에 둘만의 주소를 가지고 알콩달콩 살았다.
철이 니가 이제 정신 차리고 잘 살라고 보낸 편지를
그 여자가 땅콩처럼 쪼르르 달려가 받아오는 모습이 그렇게 이쁘더라고 했다.
이제 그놈은 주.초를 멀리하고 몸에서는 향수 냄새가 솔솔 났다.
<사랑> 유통기간이 9개월짜리도 있나?
늦은 밤 “생림파출소 직원이 000씨 아느냐”고 전화가 왔다.
친구라니, 지금 좀 오시면 좋겠다고 했다.
술 먹고 부부싸움을 해서 문제가 심각하단다.
그때 그놈은 유치장을 가게 되었고
그 여자와도 헤어지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
년초, 이때쯤 인가보다. 그놈이 전화를 해 왔다.
“철아 니 지금 바쁘나?” “손님이 와서 사무실 있다.”
“ 안 바쁘면 니 얼굴 한번 볼라꼬 했더니 그래 그라면 잘 살아라”
“니 또 아침부터 술 문나? 나중 오후에 보자”
“아이다 그냥......”
오후에 동생 친구 놈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형이 빨랫줄로 목매 자살했다.”고
..........................................
가슴속에 박힌 돌 두 개
끝까지 술로서 빼내려고 했던 그놈 일생을 떠올리며
참, 사람 사는게 픽션인 소설보다 더한 현실도 있겠구나! 느꼈다.
이때쯤이면 “니 얼굴 한번 볼라꼬” 그 말이 귓전을 맴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