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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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22,235회 작성일 19-05-23 23:34본문
서거 10주기/박원철
그때도 오늘처럼 이렇게 더웠다.
물밀 듯 밀려드는 인파에 1층, 2층 화장실을 개방하고
아예 “남자분은 그냥 저쪽 담에서 볼일을 보세요” 쪽지를 붙혔다.
어느 여자분이 오랫동안 화장실 나오지 않기에 물어보니 똥을 쌌다고 했다.
“이거라도 입어세요.” 하며 남자 팬티를 줬다.
옛 전통 삼베 옷 입고 갓 쓰고 걸어가는 할아버지,
애기 업고 가는 아주머니,
눈물을 훔치며 걷는 검정 양복 입은 신사...
국도 양편으로 밀려드는 행렬은 끝이 없다.
사무실 앞 냉온수기와 커피 자판기를 길거리(현, 경남은행 자리)에 설치를 했다.
2층서 내려다보며 자판기를 뚝뚝 치면
종이컵 떨어졌구나, 내려가 컵을 보충 했다.
그날은 일욜이라 진영 인근에 가게들이 문을 안 열어
화장실은 물론 생수조차 살 곳이 없었다.
지나가던 버스도 세우고 우르르 몰려 내려와 물을 마시고 갔다.
<기쁨샘물> 거래처, 일욜 쉬고 있는 사장한테 사정을 해서
물 5통을 배달해 달고 했다.
돈을 받으며 이렇게 봉사를 하는데 “물값 받기 부끄럽습니더” 했다.
오후 3시쯤 소나기가 왔다.
누가 자꾸 커피 자판기를 신경질적으로 툭툭 친다.
종이컵이 빗물에 젖으니 민감한 자판기가
컵을 내밀지 못한다.
추가로 전기 커피포트를 내와 꼽았다
물이 철철 넘치도록 부었다.
2층에서 비를 맞고 걷는 조문객을 내려다보니 눈물이 났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운다.
지켜주지 못한 우리 고향 진영사람 원통하다, 원통하다
커피자판기 앞에 써 붙혔다.
어느 조문객이 커피 뽑다 글 보며 눈물을 훔쳤다.
-진영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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