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이야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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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0,861회 작성일 20-12-24 06:03본문
아랫마을 이야기
-12-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허밍에 점점 송씨는 서서히 한 구절씩 감동 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녀의 노래는 흔하디흔한 정선 아리랑이었다.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억수 장마 지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몰려온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노래자락이 끝날 즈음 송씨는 방자한 그의 젊음을 잠깐 부끄러워했으나 이내 담백한 표정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맡겼다.
샤워 물에 뺨을 적시듯 고개를 내어 밀고 지음의 상태를 어렴풋이 느낀 송씨는 풀밭에 등을 대고 벌렁 누워버렸다.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높고 파랬다.
그것은 깊고 깊었다.
투명한 바다 속처럼 깊은 하늘을 보며 송씨는 잔잔한 감동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빳빳 하던 송씨의 남성도 역시 고집을 꺾고 감동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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