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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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1,474회 작성일 20-12-06 22:3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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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그녀를 내려놓으면서 자신의 불두덩이 너무 솟아 오른 것에 대해 예민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도 불편한 송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깊은 가을 하늘 속으로 먼 구름을 바라보았다. 급히 자리를 피해 숨을 고르고 돌아오길 작정하고 송씨는 자리를 피했다. 송씨는 그냥 돌아갈까도 생각했으며 그녀가 그대로 사라져 주길 바랐다. 그녀가 아픈 다리를 끌고 사라질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송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트래칭의 끝자락처럼 여유롭게 팔을 휘두르며 수풀사이를 나왔다. 그러나 송씨의 의지와 관계없는 듯 그의 젊음은 집요하게 뻣대고 그를 난감하게 했다. 순간 그녀는 참치 못하고 커다랗게 웃었다. 팔을 휘저으며 과장스럽게 수풀을 나오는 송씨는 여전하게 불두덩이 빵빵하게 솟아있는 것이 우스워 보였던 모양이었다. 송씨도 덩달아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매력이 있었다. 그녀의 웃음에 송씨의 남성이 기세등등하던 고집을 꺽고 제풀에 스러져 부드러워 졌다. 그 웃음은 요술 같았다. 그녀는 웃음 끝에 송씨를 옆에 앉히고 뜬금없이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부끄러운 표정이 사라지더니 그녀는 조용히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그녀의 입술사이로 흘러나오는 단어는 노래 같지 않았다. 시인이 내숭스럽게 뜸들이며 시작하는 낭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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