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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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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1,027회 작성일 20-11-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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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2)  -작가 박연암


씨의 모양새는 알량하지만 다부진 몸매로 밭일을 할 때면 마치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처럼 확연하게 밭이랑을 일구어놓은 것이 볼 만 할뿐 아니라 다른 농부도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솜씨였지.

아마도 모내기 할 때였지. 가지런하고 일관성 있게 모를 심기 위해 길게 일열 횡대로 줄을 서서 모심기를 시작하기 전에 양쪽 끝에서 줄잡이가 줄을 잡지. 줄을 기준삼아 모내기를 하면 송영감은 가장 빨리 제몫의 모를 심고 허리를 펴고 있었지.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모를 심고 허리를 펼 정도면, 이내 줄은 또 한 폭 앞서가서 기다리는 거야. 솜씨가 없는 나는 허리를 펼 틈도 없이 그들의 모심기 진도를 따라 가느라고 몸과 마음이 바빴어.

나는 지금도 모내는 구경을 하면 허리가 아련히 아파오는 것 같아.

그는 수줍음이 많아 남들이 볼 때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경상도 보리문둥이 라고 핀잔 받는 처지에 감자바위의 정선아리랑을 부를 때면 지나가던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발끝으로 풀을 툭툭 차며 다음 가락이 나올때까지 귀를 기우리고 한참을 기다렸지.

본래 정선아리랑이 느려터진 노래라고? 그건 그래, 그런데 중간에 자진모리 비슷한 게 있잔 여.

송 씨가 강원도노래를 잘 부르는 연유인즉 송 씨의 첫 번째 마누라가 강원도에서 흘러들어 온 여자라나 하는데 첫애를 잉태하고 얼마 후 뒤따라 찾아 온 그녀의 남편이라는 자에게 이끌리어 다시 강원도로 갔다지 아마.

송 씨가 농사일을 작파하고 달포 동안 미쳐서 지내니까 동네 사람들의 농사일에 차질이 생기는 거야. 송씨는 품앗이도 미루고 품 삭을 고봉으로 준대도 일을 작파하고 늘어져 피골이 상접하여 시간만 죽이는 거여.

이 꼴을 보고 이웃의 과부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송 씨를 찾아 갔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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