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사람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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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0,534회 작성일 21-01-29 11:06본문
아랫마을 사람들.
30-
한쪽 다리를 세운 자세로 금희는 말을 이어나갔다. 송씨는 시선 둘 곳을 몰라 당황하면서 금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를 기우렸다. 냇가와 가로지른 아랫마을 입구에 버려진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 보라는 것이었다. 왕래하는 차량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하루 종일 뒤집어쓰고 있는 돌투성이의 땅이며 차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땅은 흙보다 돌이 많은 논이었다. 완곡한 거절의 느낌이 담긴 어투로 송 씨가 말했다.
‘이장님 논이 아니던가요.’
‘아빠가 나에게 주었어요’
‘땅에는 돌이 많이 박혀있을 터인데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부탁하는데 수확되는 작물은 모두 송씨가 가지세요.
모든 비용과 농약 대금도 내가 지불하겠어요.‘
거절할 말미도 주지 않고 금희는 일어서면서 잘 부탁한다고 그윽한 눈길로 당부하고 돌아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불편한 대면은 간단했지만 내용은 버려진 땅에 농사를 지어서 몽땅 가져가라는 맥락이었다.
송씨는 때 묻은 방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골막하게 생각했다. 결혼 후 다시 마을로 돌아온 금희를 마을 사람들은 놀부 부인 이라고 불렀다. 놀부는 건강하고 풍만한 부인을 얻었으나 모두 버리고 서둘러 저세상으로 가버린 샌님이었다. 송씨는 마땅치 않은 제안에 거절할 구실을 찾기에 며칠을 생각했다.
그러나 농협의 귀퉁이 현금인출기 앞에서 만난 최병무 이장의 한마디에 송씨는 결국 버려진 땅에 곡괭이자루를 박고 말았다. 이장은 송씨에게 말했다.
자네가 아랫마을 돌무지를 갈아준다고 했나. 내가 기계로 갈아엎어줌세.
이번에는 거절할 수 없었다. 이장 댁에는 사랑히는 경희가 머물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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