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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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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9,905회 작성일 21-01-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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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 

-27-

최병무는 포도주에 취해 차고를 향해 걸으며 바지주머니 속의 자동차 열쇠를 찾았다. 열쇠가 없었다. 거실 탁자에 놓아두었다고 생각하고 뒤뜰을 통해 거실로 들어가 보았으나 탁자위에도 없었다. 이미 은희는 아빠의 음주운전을 대비하여 자동차 열쇠를 감추어두었다. 최병무는 다시 뒤뜰로 나오며 열패감을 느꼈으나 속으론 행복했다

뒤뜰 한 한가운데 파고라로 들어섰다. 파고라의 트러스에 매달아놓은 샌드백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눈이 뜨이면 뒤뜰로 나와 샌드백을 두들겨 패는 것으로 그의 아침 스트래칭은 시작했다. 최병무의 펀치는 형편없었으나 거치된 샌드백의 전시효과는 탁월했다

최병무는 행복한 마음에 샌드백을 한껏 잡아당겨 힘차게 밀어내고 강펀치를 날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최병무는 너무 취했고 경솔했다. 힘껏 밀려갔던 샌드백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운동에 타이밍을 놓치고 최병무는 헛 펀치를 힘껏 날렸다. 샌드백은 자신의 몸무게를 왼통 실어 최병무를 힘껏 가격했다. 그는 샌드백의 공격에 다리를 들썩이며 나가 떨어졌다. 그는 넘어지면서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희를 만나기 위해 나무그늘 아래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송씨는 이장 최병무의 활극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경희의 향기는 송씨를 밤이슬에 젖도록 오랜 시간 나무그늘에 세워놓을 참이었다. 그러나 송씨는 제풀에 나가떨어진 최병무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나무그늘에서 경희를 기다리던 송씨는 주춤거리며 최병무에게 다가갔다

최병무를 일으켜 세우려했으나 그는 이미 몸의 각 기관의 나사가 풀려있었다. 송씨는 최병무의 따귀를 때려보고 턱을 쥐고 흔들자 그는 실눈을 뜨고 송씨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움직일 줄 몰랐다. 송씨는 최병무를 들쳐 업었다. 등허리에서 짓누르는 무게는 말라비틀어진 이장의 몸무게로서는 너무 무거웠다, 경희를 업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무거웠다. 내키지 않는 걸음이었으나 송씨는 뒤뜰을 가로질러 경희와 은희 그리고 금희의 앞으로 비척비척 걸어서 그녀들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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