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사람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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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2,422회 작성일 21-03-09 03:28본문
아랫마을 사람들 -38-
금희는 땅을 파고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무지랭이란 단어를 인용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금희의 고정관념은 대체로 금전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농사꾼들로 각인되어 있었다.
농민들과 금전으로 거래하는 일은 금희에게는 항상 곤혹스러웠다. 금전에 대한 애착의 척도를 알 수 없는 것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렵사리 돈이 생기면 쫓기듯 성과물을 황급하게 사용해 버렸다.
술과 도박과 꼬임에 속절없이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농민이었다. 인색하게 금전을 운용하며 금전의 갈무리에 숙달된 자들에게 금전을 흔들며 회유하거나 협상하는 일은 금희 에게 자신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갈논이 매각된 경위를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나 한 계절 땀을 흘린 송 씨 에게는 무언가 설명을 해 주어야한다고 생각 되었다.
그러나 마음에는 두고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했다. 송 씨를 향한 궁색한 숙제는 금희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녀는 답답함에 은근히 화가 났다, 금희는 자신이 하는 일의 후회를 하는 일은 없었다. 궁색한 말이 필요한 경우는 그녀가 가장 기피하고 싶은 국면 이었다.
인지능력이 호응해 주지 않는 그녀의 영악함은 그녀가 조우하는 크고 작은 욕망과 다투었다. 금희는 자신의 부탁과 송씨의 노고에 대한 교환의 등가를 가늠하여 납득을 받기란 난감한 일 같았다. 황금을 돌덩이로 아는 남자들이 항상 문제였다. 이래저래 송 씨에 대한 금희의 마음의 부채는 돌덩이의 무게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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