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이야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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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9,075회 작성일 21-01-07 16:48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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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언니 금희는 자신의 욕망 앞에 방해되는 타인은 절대 용서하는 일이 없었다. 언니는 사나운 성격이었으나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전에는 차분해지는 성격이었다.
어린 시절이었다. 그 아이는 사내아이 이면서도 예쁘고 귀한 티가 났다. 언니 금희는 비싼 로봇인형을 가지고 노는 이웃집 사내아이가 나타나기를 담 모퉁이에서 기다렸다. 은행나무 옆에서 언니는 발을 꼬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팔짱을 낀 채 그 사내아이가 지나가기를 오래도록 기다렸다. 마치 낚시 대를 드리운 사람처럼 미동도 없이 사내아이를 기다리며 낚시꾼과 같은 빛깔의 욕망을 달래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으로 언니는 어께의 선과 허리의 라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은행나무사이로 마침내 그 사내아이가 나타나자 언니는 스스럼없이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내아이를 막아섰다. 다음순간 언니는 그 아이의 로봇장난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센 힘으로 잡아당기며 갑자기 울어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가섰다. 언니의 맹렬하고 거침없는 울음소리 사이에 간헐적으로 부르짖는 “내 꺼야” 라는 소리로 로봇 장난감의 소유는 이미 정해지고 있었다. 잠시 후에 훌쩍이는 사내아이를 뒤로하고 장난감을 안고 돌아서 걷는 언니의 표정은 천연스러웠다. 사람의 감정을 정화하는 울음과, 슬픔을 표현하는 울음 외에 울음을 수단으로 사용한 언니의 지혜에 은희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의 그토록 맹렬한 울음으로 취득한 로봇장난감은 다음날 헌 신짝 처럼 언니의 쓰레기통에 담겨있었다.
다음날 은행나무 옆에서, 언니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은희는 그 사내아이를 기다렸다. 그녀도 언니처럼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낚시꾼처럼 지루하게 그 아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이에게 장난감을 돌려주었다. 그 사내아이의 감정의 파장이 느껴 오기 전에 은희는 급히 돌아서서 와 버렸다. 그 사내아이를 두고 강탈의 욕구를 채운 언니는 당당 했었다. 그 아이에게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어 자비를 베푸는 은희는 누구의 욕구가 더 무겁고 실한 것인지 지금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욕망 앞에 용감한 언니가 은희는 항상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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