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사람들 (40)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1,951회 작성일 21-06-27 11:17본문
아랫마을 사람들 -40-
이장 최병무는 심기가 불편했다. 아무 이유 없이 몸이 무겁고 속이 더부룩했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는 마루에서 내려 섰다.
걷기 위해 뒷 뜰로 들어섰다. 뒤안길 끝자락은 작은 언덕이 잇닿아 있었다.
그는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우거진 대 밭은 최병무가 지난해에 공들여 조성한 오솔길이 있었다.
대밭 사이의 오솔길을 걸으면 어느덧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 볕을 피하면서 오솔길을 몇 바퀴 돌고 나면 자신이 일구어 놓은 오솔길이 새삼 소중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잰 걸음으로 대 밭 사이를 한참이나 걸었다.
대여섯 바퀴를 작정하고 연이어 쉴 새 없이 빠른 걸음을 내디뎠다.
가파르게 대밭 사이를 종주하고 나면 이유 없이 꺼부러진 기운이 되살아날 것 같았다.
그는 열심히 팔을 휘저으며 걸었다. 문득 오솔길 한가운데에서 한 송이의 대나무 순이 왕성하게 지표의 표피를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새순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발목까지 올라온 그놈은 최병무가 보이지 않는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키운 모양이었다.
열심히 자기 몸을 땅으로부터 길어 올리다가 인적을 느끼고 멈칫하는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최병무 자신의 발목을 넘은 높이까지 올라온 새순을 걷어차려고 걸음을 멈춰 섰다.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최병무를 바라보는 그놈을 한참 긴장한 남성의 심볼처럼 당당하고 신선했다.
불현듯 최병무는 지난날을 생각해내었다.
평온 무사한 하룻밤을 보낸 아침 최병무의 남성은 아무 이유도 없이 성을 내고 고개를 쳐들고 최병무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최병무의 처는 찬탄의 눈길을 보내며 화려하고 그윽한 미소를 일별하며 방문을 나섰다. 일터로 나가는 최병무의 아침을 지으려 방문을 열고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이 원망스러웠다.
아내는 남편에게 뒷모습과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잠자리에서는 항상 먼저 일어나고 남편이 잠든 모습을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는 남편이 식사를 다 할 때까지 밥상 머리에서 앞 무릎을 세우고 기다려 주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그녀의 눈길은 서로를 행복하게 했고 주인의 손길에 의해 길드는 강아지처럼 최병무는 지난날 그렇게 순치 되어 있었다.
불현듯 최병무는 경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해 내었다. 경희의 조용한 태도는 이따금 지난 날의 아내의 기억을 이끌어 내보여주었다.
경희는 작은 아이 은희의 친구이다. 작은아이의 친구이니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아도 스스럼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궁금하면서도 그 아이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하고 속이 더부룩한 자신의 생태가 그녀의 부재로 인해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최병무의 행복은 간단명료했다. 온 식구가 모두 귀가하여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것이다.
어느덧 경희는 최병무에게는 가족처럼 그의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불현듯 가족처럼 자리 잡은 경희가 보이지 않는 것에 최병무는 궁금하고 이내 불편해지고 있는 자신을 새삼 발견하고 내심 난처해졌다.
대 숲 사이에서 쉬고 있던 산 비둘기가 갑자기 후드득 날아올랐다.
인기척에 의해 대나무 사이를 뚫고 날아오른 비둘기의 건너편 숲으로 날아 갔다. 챙 넓고 화려한 무늬의 버킷 햇을 머리에 얹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큰 아이인 금희였다. 그녀는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최병무의 집을 겨냥하고 걷는 중이었다. 느닷없이 최병부의 시야에 나타난 것이다.
큰 애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나타난 것에 대해 최병무는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최병무는 대숲의 둘레길을 급히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대숲 사이를 돌아서 먼저 집에 도착한 최병무는 툇마루에 앉아서 발을 까불어 흔들며 큰딸이 대문을 들어서는 것을 바라보았다. 금희가 최병무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아빠!”
“어서 와라, 네가 웬일이냐 ?”
“내가 집에 들어오는 것이 반갑지 않아”
“반갑지, 그래서 묻는 것이지 이것 아”
“나도 아빠를 모실 기회를 줘봐 아빠”
“아주 들어 오는 거냐, 네 집은 어떡하고.”
“...”
넓은 집에 방은 남아돌았다. 최병무는 기분이 고조되어 큰딸에게 말했다.
“저녁에 파티하자. 가만있자 고기를 몇근 이나 끊어 올 가. 네 근 이면 넷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지”
그러자 금희는 아빠를 빤히 바라보고 말했다.
“경희는 갔어요”
최병무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경희가 가다니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자신의 의지로 돌아다니는 성인이 어디인들 못 가랴. 그러나 자식처럼 대했던 자신에게 인사도 없이 간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최병무는 낙심하여 실망으로 가득한 눈길을 담장 넘어로 보내며 질문을 삼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