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사람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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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2,943회 작성일 21-02-12 23:17본문
아랫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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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무는 큰딸 금희에게 주어버린 자갈논의 매각을 묻는 것으로 짐작되어 딴청을 했다. 큰딸 금희는 영악하게도 버려진 그 땅을 송씨의 손을 빌려 전답으로 둔갑시켜 팔아치운 것이었다. 그 버럭 논은 당초 기업에서 매수의향을 보였다. 금희는 매도가격을 최병무에게 밝히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의 땅을 딸에게 준 후에 가타부타 할 말은 없을 것이었으나 그것을 팔아치우고 매도대금을 아비에게 귀띔 하지 않는 것은 금희로서도 이유가 있을 터였다. 다만 소문으로 금희가 기업에게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수자에게 호되게 매각대금을 올려 받은 것을 기업의 이사가 은밀히 귀띔 해 주어서 알았다. 높은 매수가격 때문에 이사회에서 매수가 부결되었으나 기업을 물려받은 경솔한 젊은 대표가 매수를 결정해버렸다는 것이었다. 최병무는 금희의 수완에 놀랐으나 입을 다물고 히죽 웃고 말았다. 이마가 튀어나온 기업의 이사는 회사를 향한 자신의 충성이 훼손 된데 대한 반감으로 토지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보이는 최병무를 찾아왔다. 그는 은밀하게 자초지종을 고변하며 자신의 마음을 정화해 볼 요량이었다. 최병무는 두 딸이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토를 달지 않았다. 큰딸이 벌리는 일은 욕심이 과하여 간혹 사단을 내는 일이 있었으나 매번 작은 딸이 나서서 마무리를 잘 지었다. 최병무는 작은딸의 현명함과 검소함을 예뻐했으나 큰 딸의 대책 없는 영악함도 귀여워했다.
상상도하지 못할 가격에 매각된 토지로 인해 읍내에서는 소문이 자글자글 했으므로 인근의 대소사를 거의 꾀고 있는 최주봉이 알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읍내에서는 일 년 내내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농사꾼이라고 불리 우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을 시작으로 마을은 술렁거렸다.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면 매연이 발생하고 매연은 자신들의 건강생활이 안녕치 못하다는 명분으로 농민들은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주봉은 이들이 벌리는 일에 가담을 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뒷감당은 해 주어야할 것이었다. 최주봉은 시위를 주도하는 농민들의 입장을 설명해주기 위해 최병무에게 말을 꺼냈다.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콧구멍이 끄슬리니까 기업에게 대책을 마련하라는 거니 자네는 모른 척 하고 있게’
‘나를 핫바지로 생각하고들 있나.’
‘자네는 상관없고 공장을 짓는 기업이 매연을 낼 것이니까.’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각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아니라 오로지 기업을 겨냥한 시위이니 매도자는 시위에 관계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최병무는 청맹과니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토지는 큰딸에게 주어버렸으니 자신은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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