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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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7,569회 작성일 21-11-26 17:54본문
뒷모도 천씨
미장 오야지 최씨,
세멘포대 위 누워 잠들고
사장이 “마리, 마리(우즈백일꾼) 이리와” 하니
계단 청소하던 미장 뒷모도 천씨
“우째 저 사람 이름이 개 이름 갔노,” 하며
쓸던 빗자루 깔고 계단 앉아 오야지 먹다 남겨 논 막걸리 홀짝인다.
빈 막걸리 병 계단 굴러갈 때 누런 종이 한 장 꺼내 들고
가을이 쓸고 간 생림들판 바라보며 삶의 회한을 풀어놓는다.
“겨울에 이 집 살면 참 따시겠다
죽기 전에 이런 집 한번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겠노,
보신탕 묵어본 지 참 오래됐다.“
오전에 다녀간 탁발승처럼 중얼중얼 한다.
“그 종이는 뭔 기요?”
“아, 이기 내 첫사랑 여자편진데
이래 한잔 묵고나면 생각나 꺼내 보는기라요”
“아이고, 무슨 나이 칠십에 연애 편지를, 나도 좀 봅시다”
......
“와, 보신탕이야 오야지한테 한 그릇 사달라 하지요”
“지가 안 묵는다고 안 사줍니더.”
“고향은 어딘 기요?”
사천인데 김해 40년을 살아서 김해가 고향 같고
지금 나이가 칠십 하난데 노가다, 꽃 하우스, 안 해본 게 없고
특히 신발 만드는 공장에 오래 있어서 신발 기술은 못하는 게 없다고 한다.
삼화고무 진양고무... 그때 만들던 진양고무 여자 장화는 세계에서 젤 좋다고 한다.
계단 앉아 생림 들판 바라보는 쓸쓸한 김씨 옆모습에
“커피 한 잔 타 드릴까요?”하니
커피는 싱겁고 막걸리나 한잔 더 묵거면 좋겠는데...
-점심시간 생림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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