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 사람들(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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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0,861회 작성일 21-09-12 11:07본문
아랫마을사람들 -44-
행방불명된 경희로 인해 송씨는 식음을 전페하고 지냈다. 그녀를 찿기 위해 사방을 헤맸으나 무지하고 대책 없이 찾는 작업은 당치않았으며 그의 체력은 차츰 소진되어 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송씨는 밖으로 나오는 일이 드물어 졌다. 송씨는 쇠잔한 체력을 달래기 위해 잠을 청하고 꿈속에서 경희를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모양새였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으나 대책은 속수무책이었다.
해가 한낮까지 솟았으나 송씨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송씨의 외짝방문을 열고 서로들 얼굴을 디밀고 송씨의 안녕을 살폈다. 송씨와 별난 우정을 쌓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의가 송씨의 노동력이 사위어가는 것을 아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송씨의 애타는 사정을 알지 못하는 배롱나무는 꽃잎을 흔들며 쇠잔한 송씨 대신 래방 객을 맞았다. 배롱나무 는 송씨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나서 외짝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버팅기며 꽃을 피워댈 기세였다.
배롱나무 건너 비틀어진 문짝 너머에서 갑자기 금희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이외의 여자가 나타난 것에 대해 수군댔다. 그녀는 이 마을에 어울릴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마을 사람들과 친하려고 해도 그녀는 젊었으며 하얀 얼굴에 기름진 얼굴 모양새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는 번지수가 달랐다.
사람들과 친하려고 해도 짱짱한 전임이장의 장녀였으며 젊은과부 였다.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마을 사람들의 빤하고 오달진 상상을 초월했다.
그녀의 손에는 보온병이 들려있었다. 꽃무늬가 그려진 보온병에는 기진맥진한 송씨의 요기를 해결할 무언가가 담겨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송씨가 누워서 기동하지 않자 궁금했다.
그녀는 밭고랑에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송씨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해 한낮을 겨냥하여 송씨의 거동을 살피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는 단지 송씨의 체력이 한계를 다하여 곡괭이질 할 그의 용도가 폐기될 것을 염려하여 어려운 걸음을 한 것뿐이었다.
그녀가 송씨를 방문한 목적은 분명하였으나 마을 사람들은 이론이 분분하였다.
덩치가 자그맣고 겨우 콩과 보리를 구별할 줄 아는 송씨를 겨냥하고 이장 딸이 나타난 것이 이레적 이었음은 자명했다. 마을의 한 사내가 시샘이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
“그 참 송씨가 모타리는 작아도 여자 헌티는 인기가 대단 하이.”
키가 커서 부실해 보이는 사내가 말을 받았다.
“모타리가 작아도 할 일은 다부지게 혀.
모내기할 때 송씨를 당할 사람있어?. 가을 벼베기 할 때도 송씨를 따를 사람이 없었지.”
“암, 송씨 정도의 농삿일 솜씨 면 이장님이 좋아할 만하지.”
사위어가는 송씨의 체력을 살피고 나오던 금희는 방 문고리를 잡은 채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러나 모두 들을 수 있는 한마디를 한다.
“할 일 없으면 사타구니나 긁고 앉았지.”
“무심한 이장님은 왜들 입에 올리고 그러시나.”
사타구니나 긁고 있으라는 말이 젊고 품위있어 보이는 금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경악을 했다.
귀하게 자란 이장댁 큰 따님으로부터 막되먹은 거리의 여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어휘가 튀어나온건 이외였다. 금희가 마을 사람들을 한없이 얐잡아 보고 하는 소리였으나 매몰차고 대담한 지청구에 마을 사람들은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늙고 말라 빠진 영감 하나가 일그러진 얼굴로 우아한 그녀를 외면하며 말 끝을 흐렸다. 저것이 이장님의 딸이 아니었으면 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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