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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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4,441회 작성일 24-01-09 01:32본문
신앙/변희수
죽은 거 아냐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목사관 마당에
고양이가 잠들어 있다
세상이 1도 궁금하지 않은 고양이는
잠든 척하는 걸까
고양이는 신앙에 관심이 없고
나는 나른하다는 감정이 궁금하다
자는 모습도 귀여워
우리는 집사마냥 고양이 곁을 서성거린다
고양이가 되어 이 뜰에서 살까
우리라는 말을
가시처럼 따로 발라놓는다
월요일의 발톱을 숨긴 채
일요일 오후가 재바르게 지나가는 풀밭
죽어도 산 것처럼 살아가는 나는
살아도 죽은 것처럼 살아가는 고양이의
일급 연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궁금해도 돌아보지 않기
앞만 보고 걸어가기
모든 걸 의지한 것처럼 사지를 쭉 뻗고 한잠 든 고양이
신앙이 발소리를 죽인다
졸음이 몰려오고
고양이의 자세로 기도가 쏟아진다
구제품 같은
질문이 그치고
고양이가 깨어나면
그 때 다시 고양이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이상하고 신선한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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