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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의 연극이야기] 79. ‘봉하극장’ 주인 명계남의 50년 친구 김태수 연출 <언덕을 넘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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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19-01-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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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우정으로 ‘봉하극장’ 문 열다

연극농부로 돌아온 배우 명계남은 지난해부터 (故)노무현 대통령 생가에서 2㎞ 떨어진 마을(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서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 ‘간판 달기에 분주했다. 지인이 내준 공장지대에서 연극만 할 수 있는 명계남 전용극장을 짓고 싶었다. 공사비가 문제였다. 마음을 읽은 지인들은 극장 의자도, 조명도 보내줬다. 한 지인은 재능기부로 기술을 보탰고 아들하고 ‘뚝딱뚝딱’ 봉하극장을 만들었다.

느리게 걸으며 건축한 극장은 소박하지만 마음을 닮았다. 극장 천장을 가린 것은 재활용된 배경 막이었고, 무대는 날 것의 아날로그 공간이 되어 연극을 정직하게 담을 것처럼 보였다. 연극 소품들과 철거 자재들은 극장으로 재활용됐고 극장 환경은 연극농부의 텃밭으로 충분해 보였다. 이렇게 시작된 배우 명계남 ‘봉하극장 만들기 프로젝트’는 일 년 동안 마음의 손길이 갔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작은 욕심도 부렸다. 극장 통로에 연극 보고 수다도 떨 수 있는 테이블 4개 카페도 만들어지고 공부방도 꾸몄다. 고교 시절부터 50년 단짝 친구인 김태수 연출은 작품개발과 연출을 겸하면서 극장 무대를 지키기로 했다. 오십 년을 달려온 우정은 칠십 고개를 넘고 달려가면서 봉하극장에서 황혼에 동지가 됐다.

봉하극장 개관기념 공연은 지난해 12월21일부터 1월6일까지 <언덕을 넘어서가자>(이만희작) 을 공연하면서 100석 객석은 금·토·일 주 3회 공연으로 매진이 됐다. 공장지대는 관객들로 넘쳤고 배우 명계남은 TV 드라마 호출이 많아졌다. 감초 같은 역할은 드라마에 조미료가 됐고, 정확한 대사로 구현해 내는 개성 있는 연기는 전성기를 달릴 수 있는 엔진이 됐다. 정치무대에서 연극무대로 귀환한 뒤에서도 배우로 재활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고 노장(老將) 명계남의 연기 근육은 언덕을 넘을 수 있는 탄력으로 TV 드라마, 영화, 연극 장르를 넘은 인생 3막 주인공처럼 보였다.

50년 우정을 오마주 시키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 입구는 관객들로 북적댔다. 주변이 공장지대임을 감안하면 연극을 보러 전국에서 소문 듣고 극장을 찾아왔다. 극장으로 들어가는 통로 벽면에는 극장 만들기 프로젝트에 기부한 백여 명 이름이 아크릴 명찰로 부착되어 있었고 객석 의자 뒷면에도 기부자 이름으로 고마움을 남겼다. 카페 한편에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엘피판 음악이 흘렀다. 300여 장 되어 보이는 레코드판을 김태수 연출이 다방 디제이처럼 70~80년대 명곡들을 번갈아 돌렸다. 방송촬영을 끝내고 공연이 끝났을 때쯤 극장에 도착한 명계남은 관객들과 사진 촬영을 하면서 엘피판 두 장을 친구한테 건네자 노장 연출가 표정은 청춘으로 돌아갔다.

개관기념공연도 천천히 준비했다. 김태수 연출은 작정하고 봉하극장에 짐을 풀었다. “언제 대학로에서 볼 수 있냐”고 물으니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한다. 연출은 지난해부터 틈틈이 봉하극장을 지키며 개관작품을 고민했고 지역과 서울에서 배우들을 불러 모았다. 나이 70세 언덕을 걸으며 초등학교 동창 세 명의 인생과 우정, 노년의 ‘진한 사랑’을 그려내려면 인생 그릇을 담을 수 있는 배우들로 채워져야 했다. 평생 첫사랑을 잊지 않고 고지식한 구두쇠로 살며 부(富)를 일군 완애 역은 배우 김영찬이 맡았고, 7년 동안 고물상에서 빌붙어 살면서도 달달한 우정만큼은 최고인 자룡역은 양현석이 그려냈다. 완애의 첫사랑이자, 황혼에도 보험 외판원을 놓을 수 없는 다혜역은 봉하마을 주민 장태선씨가 <언덕을 넘어서 가자>가 데뷔 무대가 됐다.

이 작품을 바라보면 극 중 인물 ‘자룡’은 배우로, 영화제작자로, 정치인으로 폼나게 달려온 배우 명계남을 닮았고, 꼬장꼬장하면서도 풋풋한 첫사랑을 잊지 못하며 독신으로 고물상을 지키고 사는 완애는 반세기 연극을 섬기며 살아가는 김태수 연출을 상상하게 한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고교시절부터 인생의 언덕을 함께 넘어가는 봉하극장 주인장과 연출의 50년 우정과 인생을 오마주 시킨다.

김태수 연출의 ‘황혼의 풍경’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인간의 실존과 불교론적 인간의 운명과 삶을 성찰해온 이만희 작가 작품이다.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990)를 발표하면서 한국연극에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내면을 불교적으로 성찰하고 인생과 삶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인생철학과 탐구로 90년대 이후 한국연극의 대표 작가이자 흥행작가가 됐다. <불 좀 꺼주세요>(1992), <돼지와 오토바이>(1993), <피고지고 피고지고>(1993), <용띠 개띠>(1997), <돌아서서 떠나라>(1996) 등 작가의 대표작품들이다. 특히 극단 민예의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어둠이었습니다>로 그해 ‘동아 연극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백상예술대상을 받으면서 이만희 시대를 열었다.

이번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 개관작품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70대를 바라보는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벌이는 노년의 순수한 사랑과 황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7년에 초연된 후 연출들과 관객들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김태수 연출은 1984년도에 배우 명계남과 (故)박재서 선생과 극단 완자무늬 창단공연 <팽>을 출발로 <청중>, <콘트라베이스>, <살인놀이>, <뜰앞의 잣나무>,<의자는 잘못이 없다>, <新>, <이름 없는 여자>,< 늙은 창녀의 노래>, <천안함 랩소디>, <율곡이이>, <연극, 노무현> 등을 연출했다. 창단 초기는 전통연희 양식과 실험적인 작품을 수용하고 시대의 저항적인 시선으로 한국사회 문제를 풍자해 현대사의 부조리, 종교, 인간, 정치적인 갈등과 모순의 시대적 현상을 메타드라마 형식으로 발표하면서 연극적 재현을 거세하고 날것의 무대로 한국사회의 현상을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런 면에서 연출이 초연 이후 여러 극단에 의해 재공연 되고 있는 이만희 작 <언덕을 넘어서>를 연출 한다는 것은 예외적인 무대다. 그러나 배우 명계남과 극단 완자무늬를 통해 대중극 <콘트라 베이스>, <늙은 창녀의 노래>을 선보여 흥행작품을 연출해 왔다는 점과 극 중 인물 완애와 자룡의 삶이 50년 우정의 언덕을 넘고 달려가는 두 사람을 환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관작품으로 의미가 실린 작품이다. 100시대에 칠십 언덕을 그려내는 순애보와 뚝심 같은 인생 이야기는 우정으로 뜨겁고, 첫사랑 향기는 찐한 감동과 여운으로 살아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극장에서 그려내는 황혼의 풍경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야기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 청춘들을 향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언덕’을 넘어서 가는 첫사랑 순애보

무대는 극 중 인물 완애(양현석 분)가 운영하는 고물상이다. 사무실과 숙소로 쓰고 있는 중앙공간은 소파와 낡은 사무집기 그리고 싱크대가 놓여 있고 주변은 생활 고철들이 무대 환경과 배경이 되어 극의 분위기를 더했고, 극장 무대 뒷면을 비닐로 채운 것이 효과를 냈다. 친구 자룡(김영찬 분)이 들어오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설거지를 하던 완애가 양은 냄비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칠 년째 고물상에서 빌붙어 사는 자룡은 공금 백만 원을 슬쩍해 게임장을 드나들며 탕진하고 길거리에서 토스트 가게를 하는 딸한테도 돈 무서운 줄 모른다고 구박받지만 당당하다. 요즘 세대와 굳이 비교한다면 썸을 즐기고 자유로운 연애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인물쯤 될 것 같다.

​“공짜 좋아하지 말고, 일 안 하고 불로소득 바라지 말어”라는 완애 말에 자룡은 “부자인 것은 부럽지만 쩨쩨하게 사는 건 안 부럽다고”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마음은 라스베가스를 달리며 폼나는 노년을 살고 싶은 ‘허세남’이지만 꼬리를 흔들며 쫓아오는 유기견 8마리를 외면할 수 없어 고물상으로 데리고 오는 인정 많은 청춘 노인이다. 관객은 60년 세월을 보낸 초등학교 동창 두 사람이 벌이는 사랑의 난타전에 웃고 우정에 동화(同和)된다.

평생 싱글로 사는 완애는 쇠붙이 1㎏에 팔천 원 남기고 팔고 폐휴지 ㎏당 이천 원 떨어지는 고물상을 운영하면서도 평생 변변한 외출 양복 없이 구두쇠로 살아왔어도 우정만큼은 찐하다. 채소밭이던 고물상을 운영하며 결혼도 안 한 노년 노총각은 평생을 절약하며 사는 재력가지만, 자룡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나이 칠십의 언덕을 올라도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때우고 해외여행 한번 못해보고 궁색 맞게 사는 부자 구두쇠”고 자룡은 ‘노년에도 폼만 제는 허당 인생’이다. 아슬아슬한 두 사람 관계는 자룡이 다시는 도박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으로 고물상 생활은 다시 시작되고 매일 개똥을 치우고 사료를 줄 수 없다며 고함을 쳐대는 완애도 마당에 나가 견(犬)들을 챙긴다.

무뚝뚝하고 때로는 ‘버럭 남’이 되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는 황혼에 순정남이지만 인생에서 여자는 “다혜와 다혜가 아닌 다른 여자” 딱 두 명이었다는 자룡의 유별난 능청스러움은 첫사랑의 상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완애 속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70세의 첫사랑 이야기는 ‛허당 인생, 찌질 한 구두쇠 노년’의 인생에서 청춘보다 뜨거운 황혼의 아름다운 순정남 이야기로 다혜(장태선 분) 등장으로 반전된다. 고물 라디오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노년 완애의 순수한 인생 이야기는 ‘짠한 감동”으로 돌려놓고 50년 순애보와 오해는 다혜가 고물상으로 찾아오면서 풀린다.

아들 하나를 두고 살면서 한 달 십오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다혜는 아들의 사고로 합의금 돈 천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식이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자룡은 완애가 책장에 보관해 둔 9백만 원이 든 통장을 선심 쓰듯 건네고 자룡과 다혜의 학창시절 달달한 추억들이 플래시백 되면서 추억을 소환한다. 50년을 간직한 첫사랑의 무게를 내리는 장면은 “아들 합의금하고, 주렁주렁 달려있는 빚 갚으라며” 3천만 원을 건네면서 오해의 얼음덩어리가 녹아내린다. 완애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하는 다혜를 납치해 동네 재건산에서 동거하려 했었다고 고백하고 다혜는 “산딸기 따먹으러 간 게 납치였냐”며 설레던 첫사랑의 마음을 녹여낸다.

두 사람이 운동장에서 포크댄스를 추던 얘기, 중학교 입학하던 때 완애가 다혜를 향해 욕한 사건, 다혜가 나타나는 학교 주변 보리수분식점, 헌책방, 단팥죽 집, 교회 등으로 매일 미행한 얘기를 들으면서 관객들도 무대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 시절로 돌아간다. 저축한 거금을 털어 비싼 라디오를 선물로 사서 완애가 싫어 할까 봐 이름을 적지 않고 소포로 부친 얘기와 사랑의 마음이 비껴간 과거 상황들을 쏟아내면서 초등학교 시절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것을 알게 되면서 무대는 <봄 날은 간다>가 흘러나오고 완애는 “나이 칠십 돼도 칠십인 여자가 여자로 보인다”는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에서는 뜨거운 전류가 흐르고, 자룡이 하고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완애 말에 폭소가 터진다.

세 사람이 이스탄불로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룡은 이십 대와 실버세대의 사랑 얘기를 꺼내 든다. “노인의 사랑이 왜 위대한데. 퍼주고 퍼줘도 아까울 게 없거든. 죽음이 코앞인데 아까울 게 뭐 있겠냐. 헌데 이십 때 땐 그게 되냐? 재고 또 재고 (중략) 그건 사랑이 아니지 비즈니스지” 50년의 순정은 관객들 마음을 열어 놓게 만들고 코끝이 짠한 눈물과 웃음을 주면서도 달려온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르게 살아도 우정은 깊고 인간의 마음을 훔치는 배려와 반세기를 지켜온 첫사랑의 향기는 봉하극장을 채운다.

첫 데뷔 무대인 장태선도 정직하게 무대를 채웠고, 김영찬(자룡)은 캐릭터를 소화해 내며 능글스럽게 장면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했고 특히 30대 초반 배우인 양현석은 70대 완애의 캐릭터를 잘 들어냈다. 인생 칠십의 고개를 넘어가는 세 사람의 황혼의 얘기를 ‘명배우 봉하극장 콜로노스’로 투영시키는 연출 시선은 특수한 극장 무대를 읽어내는 섬세함은 살아있었고, 배우들을 움직이는 속도는 관객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며 짠하게 만든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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