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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봉하에서 본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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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92회 작성일 25-12-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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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철

나는 봉하마을 관내 지역신문을 발행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그 가족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다. TV속 대통령이 아니라, 동네 사람으로서 바라본 노무현은 늘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살아온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정치를 싫어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전해진다. 변호사 시절에는 그래도 살림이 넉넉했지만,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하고 정치에 뛰어들면서부터 생활은 늘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 여사는 정치를 매우 싫어했고, 아들 건호에게도 정치만은 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집안은 정치로 인해 부유해진 적이 없었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노무현 대통령은 돈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현존해있는 그의 형제들 또한 그렇다. 형 노건평 씨도, 둘째 누나도, 세간의 상상과 달리 아주 어렵게 살아왔다.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본 현실은 전혀 달랐다.
둘째 누님은 대통령 당선 후 김해 백조아파트에서 생림면으로 이사가 살고 계신다. 은행도 없는 동네라 공과금은 늘 우체국에 가서 내셨다. 그러던 어느 날, 공과금을 내고 우체국을 나서는데 여성우체국장이 다시 불러 세웠다고 한다. “통장이 잘못됐습니더.” 통장을 다시 받아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그 안에 200만 원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놀란 마음에 다시 우체국으로 찾아가 따졌더니, 그 우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오랫동안 지켜봤는데요, 늘 공과금도 제때 못 내시고 너무 어렵게 사시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 일은 절대 남한테 이야기하지 마이소. 제 남편이 공무원이라 혹시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됩니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마음과 가난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은 권력을 잡으면 조상 묘부터 바꾼다고들 말한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위해 고향 합천 선산에 군인들을 시켜 아버지 묘를 명당자리로 화려하게 옮겼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씁쓸하다.
그러나 내가 본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조상들의 묘는 지금도 여느 평범한 집안 묘와 다를 바 없다. 화려한 장식도, 과장된 비석도 없다. 그냥 소박한 자리 그대로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성인군자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권력을 통해 부를 쌓지 않았고, 그의 가족 또한 대통령의 이름으로 편하게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봉하에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본 노무현은 가난했지만 부끄럽지 않았고, 소박했지만 초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남긴 것은 돈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하나의 태도였다. 그것이 내가 본 노무현이다.

-박원철(진영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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