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할 말은 "대통령은 검찰에서 손 떼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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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9,454회 작성일 19-05-04 07:33본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법안을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데 대한 검찰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총장은 해외 출장지에서 항의 성명을 낸 데 이어 출장 일정을 단축해 4일 귀국하기로 했다. '총장 사퇴'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검찰 내부 통신망도 검사들의 항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이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검경 간 패싸움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이권(利權) 쟁탈전이다.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안들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 대통령 사냥개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독점적 권한이다. 현 정권 출범을 즈음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이 대통령 입맛에 맞춘 사람 사냥은 계속됐다. 이대로면 다음 정권에서도 사냥개 검찰이 만드는 정치 갈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검찰 중립을 보장하겠다던 대통령은 취임하기 무섭게 검찰에 수사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물론 20곳 가까운 정부 부처 '적폐 청산 TF'들도 줄줄이 수사 지시를 했다. 검찰은 '적폐 수사' 관련 부서를 무려 두 배로 늘려 일망타진식 수사를 벌였다. 기소된 전(前) 정권 인사가 120명 가깝고 이들에게 선고된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는다. 전직 대법원장 등 판사도 10명 기소됐다.
검찰의 사람 사냥은 과거와 비교할 때 너무 집요하고 광범위했다. 적폐 수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구속 집착과 피의 사실 흘리기로 벌써 4명이 자살했다. 나라가 '압수수색 공화국'이 됐다. 지금처럼 가혹한 보복은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여기에는 정권이 제1 목표로 적폐 청산을 내세운 영향이 크지만 그 못지않게 검찰 자체의 이해관계도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자 검찰이 독점적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과잉 충성함으로써 이를 막으려 한 것 아닌가. 그래놓고 이제 토사구팽 당할 처지가 되자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려 든다.
매년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1만건 안팎이 1심 무죄를 받고 있다. 연간 경찰 내사 사건 30만건가량이 무혐의로 끝난다. 무리한 수사로 인한 국민 피해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수사권 조정을 한다면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오로지 수사기관들끼리 권한을 어떻게 나눠 먹느냐는 논란뿐이다. 새로 만든다는 공수처는 정작 주요 수사 대상들은 다 빠져나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논의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으로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신뢰 추락의 근본 원인은 누구나 알듯이 검 찰이 대통령의 사냥개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은 대통령을 검찰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대부분 해결된다. 검찰이 정권에서 완전히 독립해 국민 신뢰를 얻는다면 경찰에 권한을 나눠 주라는 얘기도,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말도 나올 까닭이 없다. 검찰총장이 정작 해야 할 말은 '내 밥그릇 뺏지 말라'가 아니라 '대통령은 검찰에서 손 떼달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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