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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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9,016회 작성일 23-08-04 22:17본문
1. 폭염에 한국 일꾼이 현장 일을 기피해 오늘은 우즈백 일꾼이 왔다.
한국 생활 6개월 차라 말이 좀 서투르다 이름은? "압둘"
베이비는 몇 살이야? 하니 "4시 반" 이라고 한다.
대답을 빨리 안 해 가만히 보니 귀에 뭘 끼고 있다. 압둘 그것 뭐야? 하니 뮤직 이란다.
일하면서 그런 것 들으며 위험해 나중에 듣고 빼, 하니
그렇잖아도 하얀 눈동자가 눈보다 더 희 진다.
이열치열 오늘 점심은 돼지국밥 어때?
"우리 사람은 돼지고기 안먹는다. 새우탕 컵라면 줘" 한다.
그놈의 알라 신은 폭염보다 더 무섭다.
우리도 모르는데 어떻게 라면에도 돼지고기가 있는걸 알고, 유일하게 수프에 돼지고기 없다는
꼭 새우탕라면 만 먹는다.
2. 식당- 압둘을 위해 비싼 쇠고기를 시켜놓고 있는데
문 앞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나 쳐다보니 이 삼복더위에 겨울옷 걸친 노인이 보따리를 등에 메고
주인장 나 왔으니 좀 쳐다보소, 캔 커피 통에 든 동전을 흔들며 신호를 한다.
주방에 들어간 주인이 나오지 않기에
압둘에게 돈 이천원 주며 "저 아저씨 갖다 드려" 했더니
잠시 후 천원짜리 한 장을 돌돌 말아 다시 들고 왔다.
이놈아, 저 아저씨한테 다 줘야지, 이 동전은 또 뭐꼬?
한국말 모르는 압둘이 적선이란 개념을 몰라 그러는 줄 알고 나무라고 있는데
밥 차려온 주인이 듣고 "사장님 맞습니더" 한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식당 주인 말에 의하면 저 노인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딱 오백 원만 받는다고 한다.
만원짜리 주면 구천오백 원을 탁자에 휙 던져놓고 간단다.
그러니 이천원 줬으니 천오백을 압둘 한테 돌려준 거란다.
진영읍 국도변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어 다니는 노인을 수없이 봐왔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탁발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식당 주인 말에 의하면 닷새 만에 우리식당에 오는데 음식이나 빵 같은 것을 줘도
오백원 외는 절대 안 받는다고 한다.
또 오백원 이하도 안 받는다고 한다. 한번은 알바 아가씨가 이백원을 주니 휙 던지고 갔다고 한다.
노인은 한 때 대구시에서 웨딩샵을 크게 했는데
사업 실패 후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며 진영읍에서 창원소답동까지(20km) 비가오나 눈이 오나
길 위에 도를 닦으며 항상 정해 논 가게만 들러 캔 커피 통을 흔든다고 한다.
아마 이 노인에게 오백원짜리 탁발 대상으로 엄선된 진영읍내 그 식당들이 진정한 맛집이요,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싶다.
-박원철(진영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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