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공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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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6,661회 작성일 21-08-24 19:47본문
우리 국토 89.4% 해당돼 세계 2위
요즘은 도시뿐만 아니라 웬만한 면 소재지도 대략 25m 간격으로 아주 밝은 LED 가로등이 켜져 있는데, 오후 9시만 되면 사람 한 명 지나다니지 않는 면 소재지에 저렇게 많은 가로등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도심에서는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도 운전이 가능할 만큼 밝다. 어떤 이는 인적이 드문 곳에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동식물에 피해를 주니 조치를 해달라고 행청관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했다.
우리 국토 면적 가운데 89.4%가 빛공해에 노출돼 있는데 세계 주요 20개국 중 이탈리아(9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우리는 주거지역의 10Lux(촛불 한 개가 1m 떨어진 곳의 밝기), 미국은 3Lux, 독일은 1Lux를 빛공해라 한다. 1879년 12월 3일은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날인데, 빛 공해가 시작된 지 142년 된 셈이다.
구름이 뒤덮은 밤에는 도시가 더 밝아진다. 도시 인공조명이 구름에 반사돼 다시 도시를 밝히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나 오염원이 대기 중에 많은 밤에도 빛이 반사돼 도시를 밝힌다. 달이 없는 밤에는 구름이 안 보여야 하지만 조명 때문에 밤에도 구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허블은 우주 팽창을 벨기에 르메트르라는 신부이자 천문학자와 비슷한 시기에 발견한 천문학자이다. 그가 근무했던 윌슨산 천문대는 근처에 있는 로스앤젤레스시의 밤하늘 밝기가 기존보다 6배나 밝아져 1985년 결국 폐쇄해야 했을 정도로 인공조명이 천체 관측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천체관측지인 밀양 가지산이나 산청 둔철산 중턱에 가로등을 켜 놓고 있던데 붉은 점멸등으로 바꾸면 좋을 듯하다.
김해 화포천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자연의 보고인데 해가 갈수록 인근 장유와 진영읍 빛공해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발광으로 짝짓기를 하는데 주변이 밝아져서 생존이 위태롭다. 최근 봉하마을에 엄청 밝은 가로등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봤다.
밤은 작고 약한 동물이 포식자를 피해 먹이를 구하는 시간인데 밤이 밝으면 역시 생존이 위태롭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2015년 경기도 군포시의 한 농부가 철도역 야간 조명 등으로 들깨와 콩 수확량이 줄어든 것을 인정해 77만 원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강원도의 어느 마을은 들깨 수확량이 떨어진다고 가로등을 끈 곳도 있단다. 거리 가로등, 옆 건물 조명이 창을 넘어 실내로 들어가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눈의 피로도 증가한다. 가로등 등 인공조명이 강한 지역에 사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며, 지나치게 밝은 신호등을 만나면 운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절감은 필수 아닐까? 자동차 전조등의 밝기를 제한하듯이 가로등에 갓을 씌우고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백 년 전 어두운 밤하늘을 찾자며 시작된 지구의 날(4월 22일)에 잠깐이라도 불을 끄자는 운동이 있지만 개인 노력은 밥 한 숟갈에서 밥알 몇 개 빼는 것처럼 크게 효과가 없는 일이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자던 노래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도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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