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읍 경용중공업 노동자 모르게 파산하고 다른 회사 운영한 대표이사 > 경제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경남 김해 진영읍 경용중공업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한 말이다. 대표이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 모르게 파산 신청을 진행하면서 한쪽에서는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자 이에 분노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경용중공업지회는 14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용중공업 대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소형 철판 가공업체인 경용중공업은 지난 6월 경영난을 호소하며 법인 파산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2일 파산 선고를 내렸다. 노동자들은 대표이사가 자신들 모르게 파산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경용중공업에서는 한때 노동자 100여 명이 일했지만 현재 7명이 남아 있다.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은 "대표이사는 7월 4일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사 경영이 어렵지만 문제없이 지나갈 것이라 직원들을 안심시켰지만, 다음 날부터 대표이사는 소식이 끊겼다. 직원들도 모르게 6월 15일 경용중공업의 파산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이상 장기근속에 정년이 가까워진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퇴직금 3년, 임금 최종 3개월분의 도산 대지급만 지급 받고 나머지 체불임금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이사는 창원에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용중공업지회는 "남아있던 물량을 통해 회사의 정상화를 이뤄내고자 했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업체들에게 전화해 발주된 물량들을 취소하게 하는 등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의 발목까지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태에 대한 파악과 법적 조치를 준비하던 중 대표이사가 창원에 또 다른 회사를 여전히 운영 중인 것을 알게 됐다"며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동안 여전히 다른 회사를 운영한 것"이라고 했다.

경용중공업지회는 고용노동부에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양산고용노동지청은 지난 8일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동조합이 나서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곳이며,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장기근속에 정년이 가까워 오는 인생을 바친 회사"라면서 "그렇기에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은 회사가 법원 경매에 넘어갈 것이란 소식에도 대표이사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노동자들 몰래 진행된 파산 신청과 거짓말, 8억이 넘는 체불임금뿐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법은 약자가 가진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빈털터리로 거리에 내몰린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에게 법이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며 "검찰은 경용중공업 대표이사를 즉시 구속하고,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준 고통의 죗값을 철저히 치르도록 해야 한다. 대표이사는 지금이라도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경용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소사건을 조사해온 양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체불임금은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액수와 다소 차이가 있고 약 5억50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치를 했고, 대표이사는 창원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게 맞다"고 전했다.

대표이사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체불임금에 대해 "돈이 없고, 법인 파산 관재인이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