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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K] '명절증후군'의 심리학..000은 무조건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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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002회 작성일 19-02-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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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결혼을 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명절 근무에 앞다투어 자원하는 여자 선배들, 더욱이 고속도로 중계차를 서로 나가겠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설이나 추석 당일 근무면 '금상첨화'라는 걸 말입니다.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스트레스에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정확한 의미는 명절을 전후해 과도한 가사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척추, 관절 질환이 생기고 두통이나 소화불량,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병증을 뜻합니다. 이러니 아예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설 명절 기원은 신라 시대 진덕여왕 때

사실 명절이 처음 생길 때는 이렇게 후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설의 유례는 '삼국사기' 신라 편에 처음 등장합니다. "진덕여왕 5년(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전에 나와 앉아 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왕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가 시작되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7세기 무렵 중국 역사서인 '수서'(隨書)에는 "신라에서 매년 정월 초 아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회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여서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 8월 15일이 되면 또 풍악을 베푼다."라고 기록돼있지요.


왕실에서 기원한 설과 추석은 차례라는 제의를 매개로 부모와 자녀, 친척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한 집안에 내려오는 무형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장이었고,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친척들이 같이 먹고 마시는 축제의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도 그럴까요?

여성의 '노동집약적' 결과물 = 차례상

장손과 결혼한 저희 어머니는 4대조 까지 1년에 무려 10번의 제사를 지냈습니다. 장보기부터 상을 차리고 마지막 설거지까지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명절이 끝나고 친척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앓아누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 모두의 축제여야 할 명절이 어머니의 일방적인 희생 속에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었던 건데 이제껏 모두 무관심했죠.

여성들에게 명절에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1위는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다'입니다. 차례상 준비부터 집안 어른들 삼시 세끼에, 술상에다 과일까지 끝이 없습니다. 육체노동에 더해지는 정신적 스트레스(2위)와 교통체증으로 인한 피곤함(3위), 친정에 못 가거나 눈치 보는 상황(4위)이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과 조금 다른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위가 장거리 운전과 교통체증, 2위는 고부·장서 갈등이었고, 3위는 아내의 잔소리라고 대답했습니다.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명절은 남자도 즐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신경 인류학자이면서 정신분석학 전문의인 박한선 교수는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은 단지 집안일이 많아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첨예한 문화·정치적 긴장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여전히 전통을 중시하는 조부모 세대와 동서 간의 경쟁, 아내의 일을 돕고 싶지만 눈치를 보는 남편,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더하는 정치적 무게까지 고려하면 며느리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명절에 지내는 의례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부계 가족의 영속성과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진 지금 시점에서는 커다란 저항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갓을 쓰고 살던 시절이 불과 100년 전인데 그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던 거죠. 아들은 주방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시어머니와 왜 안되냐는 며느리 사이에 가치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명절 스트레스 줄이려면? 원칙을 지켜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기혼남녀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확실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가 경제적인 문제로 차례 비용은 가족 기금을 이용하라고 조언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한 사람(특히 큰아들)이 전담할 경우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가족 합의로 일정 금액을 적립해 사용하고 차례 주관자의 경제적 손실을 확실하게 덜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 차례상은 전통을 따르되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차리고 무조건 차례 주관자의 뜻에 맡겨야 합니다. '홍동백서 같은 원칙을 안 지켰다'고 잔소리하다가는 '동서가 차례 지내라'는 말을 들을지 모릅니다. 조사를 보면 차례 주관자(맏며느리 등)는 전통대로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차례 음식은 딱 상에 올릴 만큼만 준비하고(사와도 좋습니다), 친척들이 먹을 음식은 조리가 쉬운 것으로 준비하거나 각자 가져오라고 충고합니다. 외식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차례 음식은 남녀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사 결과 명절 가사 노동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장보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다 주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명절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가 먼저? 처가 먼저… 끝없는 눈치 게임

명절에 어느 집에 먼저 갈 것인지에 대한 신경전도 여전합니다. 박한선 교수는 "처가에 먼저 가면 마치 데릴사위가 된 것 같고 시가에 먼저 가면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말합니다.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 자기 집안의 위신이 깎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결합인 결혼이 갑자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성격이 변하고, 상대에게 양보하는 순간 가문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게 되는 겁니다. 박 교수는 "현대사회는 친족의 의미가 약해졌고, 집안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게 큰 의미가 없다"라며 "배우자의 집에 먼저 간다고 패배감을 느낀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낭만도 나쁘지 않다"라고 조언합니다.

관심과 간섭 사이, 결혼이나 취직 얘기는 '그만'

친자식과도 대화가 부족한 어른들이 갑자기 명절에 조카들 앞에서는 살갑게 굴며 말이 많아집니다. 공부는 잘하는지, 취직, 결혼까지 끝없는 관심이 쏟아집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미리 전해 들었을 텐데 시험에 불합격했거나 아직 미혼이라는 것 알면서도 괜히 물어보는 분들도 많죠.

박한선 교수는 무조건 명절에 피해야 할 주제로 진학과 취업, 결혼 세 가지를 꼽습니다. 만약 조카의 진학이나 결혼에 대한 충고를 해주고 싶다면 명절에 수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자리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따로 만나 밥이라도 사주면서 조용히 말이죠. 무심한 한마디에 입은 상처는 다음 명절 때까지 남아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올해 설 명절은 지금까지 말씀드린 원칙들을 잘 지키시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1.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2014년, 성신여대 김순종
2.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박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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