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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투병기, 확진 당일까지 '냉방병'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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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6,812회 작성일 21-07-3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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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이 나왔어요.” (진료소 직원)

“제가요?” (기자)

진료소 직원의 전화 한통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양성 통보는 문자 대신 전화가 온다고 얼핏 들었는데 진짜였다. 전날 인후통 약을 한통 먹고도 효과가 없더니 어쩐지 이상했다. 백신을 미리 맞아둘 걸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직장과 주위사람에겐 뭐라고 알려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난 19일 월요일 오전 8시. 기자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직원은 집안 격리를 신신당부하며 증상 시작일과 현재 상태에 대해 물었다. 이후 역학조사 전화가 갈 예정이니 최대 2주 전의 행적까지 기억해보라고 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목이 부어 침을 삼킬 때 따끔한 것과 가끔 잔기침이 나는 게 다였다. 체온도 정상이었다. 사실 전날 밤까지도 에어컨에 의한 냉방병 정도려니 생각했다. 

두 번의 음성 뒤 ‘양성’

코로나19가 참 지독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잠복기였다. 기자는 이달 5, 13, 18일 총 세 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두 번의 음성이 나왔지만, 마지막은 결국 양성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일 가족 중 한명이 밀접접촉자로 통보 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이틀 전 지인 두 명과 식사를 했고, 이 중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게 화근이었다. 

확진 통보 후 보건소에서 다양한 연락이 왔다. 증상의 심각도와 기저질환을 확인하는 전화가 두 차례 더 왔고, 역학조사를 위한 전화도 왔다. 편의점, 약국 등 잠깐씩 머문 곳들도 모두 말해야 했다. ○○편의점. ○○동 ○○번지 ○시 ○분 방문. 이런 식으로 역학관과 동선을 되짚었다. 앞뒤가 맞지 않으면 역학관이 되묻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새 전파자가 되어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다. 기자의 동선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족 확진 후 자가 격리를 잘 지켰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자가 격리기간 지원 받은 물품들. 라면과 쌀 등 먹거리다. 
주변을 수습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에도 연락해 병가를 냈고, 일일이 미팅과 회의를 미루며 양해를 구했다. 보건소에서 다음날 격리시설로 이동하게 될 거라는 문자가 왔다. 마치 병을 퍼트린 죄인 같은 기분이 들어 하루 종일 우울했다. “내 주위에 코로나 걸린 사람 처음이야” 눈치 없는 한 친구가 메시지로 묻길래 “응 나도 몰랐어”라고 답해줬다.

감기와 다르다 느낀 몇 가지

확진 판정 다음날 아침부터 심한 인후통이 느껴졌다. 마치 목구멍과 가슴 사이에 탁구공이 있는 것 같은 이물감이 들고 따가웠다. 물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체온을 재보니 37.7도 가량이 나왔다. 서서히 열이 오르는 듯 했다. 이외에도 나른함이나 두통, 근육통 등의 경미한 몸살 증상이 따라붙었다. 

감기와 달랐던 점은 이상하게 콧물이 나지 않았다. 목과 콧속이 건조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인후통 역시 목젖을 기준으로 윗부분 보다 아랫부분에서 집중됐다. 눈알을 돌릴 때 유난히 뻑뻑하고 아팠다. 가슴 쪽 통증도 느껴졌다. 콕콕 쑤시는 듯해 손으로 어루만지길 반복했다. 모두 감기를 앓던 당시에는 없던 느낌들이다. 

이외에도 대표적 초기 증상으로 미각과 후각 상실이 꼽히지만, 기자의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사람마다 초기 증상과 증세가 다르게 나타난다. 가족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발열이었고, 기자의 경우는 마른기침이었다. 

전날 밤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위한 짐을 챙겼다. 폐기 가능한 생활복(상하의와 신발), 핸드폰과 충전기 등을 챙기라고 안내받았다. 집을 떠날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집안에 바이러스가 묻었을까 곳곳을 소독약으로 닦았다. 옷과 침구류도 세탁하고, 그동안 사용했던 식기류는 뜨거운 물에 삶았다. 차량과 화장실 등 보건소에 방역소독을 부탁할 곳도 적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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