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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잊혔던 8000년 늪에 사람 오고 고니 놀고 황새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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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2,445회 작성일 20-09-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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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하천 정화운동
생태공원·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인근 옛 진영역 공원 유물 볼거리

김해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대암산에서 시작해 진영읍, 한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입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은 경전선 한림정역에서 진영역에 이르는 철로와 나란한 구간입니다. 낙동강 범람으로 형성된 습지인데, 이전에는 화포늪, 화포습지로 불리던 곳입니다. 형성 시기는 최대 8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억 년이나 됐다는 창녕 우포늪에 버금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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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습지보호구역 = 화포천습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습니다. 근처에 봉하마을이 있거든요. 2008년 2월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 전 대통령이 화포천 정화활동을 시작했고 김해시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주변 공단 오·폐수 배출을 단속해 하천이 점차 맑아졌고요.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경남도민일보와 공동기획해 발행한 <은근한 끌림 경남생태여행>(2019년 12월) 김해 화포천 편에 설명이 잘 돼 있습니다.

"화포천은 예나 이제나 무척 아름답지만 10년 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봉하마을 바로 옆이 화포천이다. 노 대통령은 화포천을 가꾸고 봉하들녘 농사를 친환경적으로 하는 운동을 벌였다. 덕분에 화포천은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봉하들녘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고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후 화포천은 2009년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고 2012년에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 만들어집니다. 하천이 살아나자 황새, 독수리, 고니 같은 생명이 찾아들었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 11월 화포천습지가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2018년 1월에는 환경부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됩니다.

▲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탐방로. /이서후 기자

▲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탐방로

 

◇억새 지붕 너머 바라본 화포천 = 화포천생태공원을 널리 내려다보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봉화산 끝자락에 기댄 영강사란 사찰입니다. 특히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웅전에서 보면 진영 방향으로 화포천이 훤합니다. 경전선 고속철도 선로가 하천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웅전 바로 아래 산자락에 초가집이 세 채 있습니다. 김해 한림면 장방리 갈대집입니다. 갈대집과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안내판이 있습니다.

"장방리 갈대집의 건축연대는 알 수 없으니 임진왜란 이후부터 낙동강 지류의 화포천 연변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갈대로 지붕을 이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는 구전으로 미뤄 보면 이들 가옥은 최소 19세기 이전에 초창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갈대집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이전까지 마을을 이룰 만큼 흔했다고 하나 현재는 이 집들 외에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지붕은 사실 갈대가 아니라 물억새라고 합니다. 갈대와 물억새는 화포천에 아주 흔하게 자라는 식물입니다. 물억새 지붕만 아니라면 그냥 옛날 초가집 같은데, 볏짚으로 이은 초가집보다 몇 배나 지붕이 튼튼하다고 합니다. 평지가 아니라 산자락에 집터를 마련한 것은 아무래도 하천가에 있으니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겠지요.

▲ 장방리 갈대집 너머 화포천 풍경. /이서후 기자

▲ 장방리 갈대집 너머 화포천 풍경

 

영강사에서 나와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으로 갑니다. 영강사에서 하천 건너편으로 보이던 하얀 지붕이 비스듬하게 솟은 3층 건물입니다. 이 박물관에서는 습지에 대한 기본 상식이나 화포천에 어떤 생물들이 살아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철마다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화포천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이곳은 탐방로가 정말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탐방로를 걸을 때 가끔 고속철도가 지나가는데, 그 기차 소리가 아득한 여행의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탐방로를 따라 화포천을 가로지르는데 우렁찬 매미 소리가 따라옵니다. 화포천 주변에는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 중 몸도 소리도 제일 큰 말매미가 많이 산다고 합니다.

◇둑길 걸으며 황새를 생각하다 = 박물관을 지나 그대로 하천 둑을 따라 걷습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주변으로 '화포천 아우름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봉하화포길, 대통령길, 버들길, 넓은뜰길, 물꽃길, 강따라길, 만남길 이렇게 일곱 갈래가 있습니다. 이 중에 버들길과 넓은뜰길이 생태보호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박물관 앞에서 둑을 따르면 그대로 버들길입니다. 둑 한쪽 편이 화포천이라면 그 반대편은 넓은 들판입니다. 양쪽으로 시야가 트여 걷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화포천은 넓은 습지여서 가늘게 이어지는 물길을 빼면 주변은 온통 푸른 식물입니다. 습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건너편 봉화산 자락의 상록수들보다 한결 밝은 녹색입니다. 이런 녹색은 한해살이 식물의 특징이죠. 아마 여름철이 이 녹색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은데, 한해살이지만 온 힘을 다해 불꽃처럼 푸르다 사그라지는 것 또한 장하고 멋진 일입니다.

버들길 중에 지금 걷는 둑길은 '황새 봉순이길'이기도 합니다. 둑길 중간에 우뚝 솟은 황새 인공 둥지가 있습니다. 물론 이 둥지에 황새가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화포천은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1급 보호동물인 황새가 겨울을 나려고 찾아오는 곳인 건 분명합니다.

▲ 화포천 황새 인공둥지./이서후 기자

▲ 화포천 황새 인공둥지

 

2014년 3월 화포천에 처음 황새가 나타난 일이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일본에서 인공 증식해 자연에 풀어놓은 것이 대마도를 지나 김해 화포천까지 날아든 것이죠. 사람들은 봉하마을을 찾은 암컷 황새라는 뜻으로 '봉순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봉순이는 2016년까지 해마다 화포천에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2018년 12월에는 봉순이와 다른 황새 네 마리가 화포천을 찾았습니다. 봉순이는 일본에서 인공적으로 키운 거라 발목에 관리용 고리를 두르고 있었는데, 새로 나타난 황새들은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야생 황새였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와서 보통 서해안 지역에서 겨울을 나다가 좀 더 따듯한 화포천으로 스며든 것이었죠.

화포천에 황새가 날아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만큼 화포천 습지 생태 환경이 훌륭하다는 것이겠지요. 구체적으로 생태적으로 훌륭하게 복원된 화포천과 근처 봉하마을 무농약 농법 덕분일 겁니다.

▲ 진영역철도박물관. /이서후 기자

▲ 진영역철도박물관

 

◇옛 진영역에서 노닐다 = 이제 차를 타고 진영 도심으로 갑니다. 현재 옛 진영역과 그 주변 철로 부지가 공원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법 둘러볼 만합니다. 옛 진영역은 삼랑진과 마산을 연결한 마산선 역사와 함께합니다. 마산선은 일본 제국이 경부선과 함께 조선 땅에 처음 건설한 철도 노선입니다. 진영역은 이 마산선 중간에 있던 중요한 역이었습니다. 2010년 경전선 복선화로 옛 진영역은 폐역이 됩니다.

그 진영역 건물이 이제는 진영역철도박물관이 됐습니다. 이 철도박물관은 외관부터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안 그래도 아담한 역사 건물을 더 아기자기하게 꾸몄습니다. 역사 건물이 제1전시실이고, 그보다 작은 역무원 사무실 건물이 제2전시실입니다. 코로나로 지금은 들어갈 수는 없지만, 전시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진영역철도박물관 앞 철로 위에는 퇴역한 새마을호 기관차와 객차 두 량이 있습니다. 기관차에 새마을호 7115호라고 적혀 있습니다. 1975년 10월 미국 GM사에서 생산된 전기식 특대형 디젤 기관차네요. 7101호부터 7120호까지는 모두 1975년 12월 미국수출입은행 차관으로 도입한 거랍니다. 이 번호대 기관차들은 이제 다 퇴역을 했습니다. 부산역에서 여러 대를 보관 중이고요, 심지어 최근에 고철로 매각된 차량도 꽤 있습니다. 그나마 진영역철도박물관 기념물이 된 7115호는 운이 좋았다고 하겠죠. 이 기관차에 달린 객차 두 량은 대우중공업에서 만든 겁니다. 지금 객차는 카페로 꾸며졌습니다. 2019년 5월에 개점한 꿀벌여행 기차카페입니다. 열차 객차를 고쳐 만든 카페는 더러 보았는데, 이렇게 기관차까지 연결된 건 드뭅니다.

▲ 진영역철도박물관 옆 새마을호 기관차. /이서후 기자

▲ 진영역철도박물관 옆 새마을호 기관차

 

꿀벌여행 기차카페는 김해지역자활센터 청년자립지원사업단에서 운영을 합니다. 메뉴 중에 벌꿀이 들어간 게 많은데, 김해지역자활센터 양봉사업단에서 직접 채취한 꿀을 쓴다고 하네요.

기차카페를 지나면 철로 옆에 성냥전시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 공장이던 경남산업공사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1948년 설립해 2017년 문을 닫았는데, 진영읍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던 곳입니다. 한때는 김해시 전기요금 납부액 1위에 오를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였습니다.

실제 공장 건물은 진영역 철로변에 아직도 남아 있는데, 아마도 무슨 창고로 쓰이는 모양입니다. 성냥전시관에는 경남산업공사에서 기증받은 성냥 제조 설비가 그대로 전시돼 있습니다. 여기에 경남산업공사 제품인 기린표 성냥을 포함해 추억의 성냥 제품들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옛 진영역 부지는 전체적으로 '진영역사공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안에 철도박물관, 기차카페, 성냥전시관이 있는 거지요. 철길을 따라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어 평소 운동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진영역에서 신우희가로아파트 사이 530m 철로 구간도 '진영 도시숲'이란 공원으로 꾸며졌습니다. 아직은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데 곧 지역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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