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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찾아 떠난 가을 산행-보령 오서산

맑은 날이면 오서산 정상에 핀 억새꽃은 멀리 안면도까지 고개를 떨궈놓는다. 싱싱한 서해의 해물은 덤이다.

오서산은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 일대에 길게 걸쳐 있다. 산을 오르는 길이야 모두 저마다의 형세를 간직하고 있지만,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는 보령 쪽이 조금 낫다. 정상의 억새만 보려면 6푼(分) 능선까지 차가 오르는 오서산휴양림의 명대계곡 방면을 택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굳이 자연의 품에서 시간의 도망자를 자처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보령에서도 청라면과 청소면의 경계에 자리한 넙티고개를 권할 만하다. 청소면 성연주차장 조금 못 미친 곳에 자리한 ‘꿈의궁전’모텔이 산행 기점이다. 오서산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억새 산행길이다.

넙티고개로 향하는 오서산의 초입에 들어서면 길가의 억새가 가만히 얼굴을 내민다. 때이른 조우에 은근히 마음이 설렌다. 이따금씩 흔들리는 그 모양새가 마치 반가운 손짓인 듯 다가온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가에는 지표처럼 층층나무가 자란다. 아직 가을 색을 머금지 못한 나무는 녹음이 여전하다. 희고 노란 꽃이 성성하다.

임도를 따라 한 시간 가량 오르면 방향 표시가 없는 까만 사각 기둥 이정표를 만난다. 그때부터 임도를 뒤로하고 가파른 산길이다. 우측으로 난 자그마한 샛길은 정상의 숲을 향해 거침없이 파고든다. 그렇게 시루봉을 지나 또 한 시간쯤 걸었을까,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숲의 행렬은 정상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맑은 시야를 허락했다.

눈앞을 그윽하게 채우는 건 바로 억새 무리다. 억새와 억새 사이로 길이 생겨나고, 그 길 위에 또 다른 억새가 제 몸을 뉘고 있다. 그 위로 무심한 사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상을 지천에 둔 인간의 욕망은 길을 보채지만, 그 길을 차지하고 누워버린 억새는 좀체 산을 허락하지 않는다. 발끝에서는 자꾸만 억새가 미끄러지고 종종걸음을 쳐도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자연의 품 안에서도 도시의 습성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무에 그리 급하게 달려왔을까. 뒤를 돌아보면 푸른 물빛과 어우러진 황금빛 들녘이 풍요로우면서도 평온하다. 과욕을 벗어버리면 정상은 지척이다.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풍경은 새롭게 거듭난다.

그 또한 시작에 불과하다. 오서정에 이르기까지 오서산은 능선의 길목마다 매번 새로운 억새의 풍경을 내어놓는다. 한 굽이를 돌면 또 다른 억새 무리가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 하나하나의 풍경을 담아내기에 기억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해 질 녘의 낙조나마 가슴에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일이다. 황금빛 억새밭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의 일몰은 오서산이 건네는 하루의 마지막 선물이다.

산행 Strategy
보령 방면 보령시 청소면 꿈의 궁전 앞(1.2km)→넙티고개(0.8km)→시루봉(1.8km)→오서산 정상(2시간 소요)
홍성 방면 홍서군 광천읍 중담마을(1.3km)→정암사(1.2km)→오서산 정상(2시간 소요)

맛집 무창포해수욕장 앞 노상 포장마차에서 횟감을 맛볼 수 있다. 전어 (1kg) 3만원, 대하 (1kg) 3만5000원 선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대천(보령) IC-보령 방면 36번 국도-청라 방면 169번 지방도-청소면 방면 610번 지방도-꿈의 궁전-오서산

[서해안 별미] 무창포해수욕장과 광천젓갈시장

오서산에서 보령시를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30분쯤 달리면 무창포에 이른다. 서해의 푸른 물결은 산행으로 다소 피곤해진 몸과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하지만 그도 잠시, 금세 전어 굽는 냄새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이맘때의 무창포는 전어와 대하가 한창이다. 막 축제를 지난 시점이라 사람들에게 치일 염려는 접어둬도 좋다. 무창포의 전어는 그 맛이 특히 담백하고 고소하다. 구이도 좋고 무침도 맛깔스럽다. 대하의 싱싱한 육질은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조개구이도 운치 있다. 가격은 마을 전체가 통일돼 있어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따라가면 그만이다.

입맛이 충족되었다면 이제는 ‘눈맛’을 즐길 차례다. 북쪽 방파제의 붉은 등대에서 남쪽 밤섬까지 이어지는 해변 풍경은 오서산과는 또 다른 멋이 가득하다. 바다가 집어삼킨 서해안 일몰 또한 장관이다. 보령 쪽으로 올라와 홍성군 쪽으로 하산한다면 광천젓갈시장을 다녀와도 좋겠다. 천연 토굴에서 저장 숙성시킨 광천토굴새우젓은 그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기가 높다. 무창포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 IC를 빠져나와 무창포해수욕장 방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발췌 : 애니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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