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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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는 것

이찬수 글ㆍ노석미 그림

 우연한 기회에 젊은이들 가운데 믿음 때문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체로 부모가 자신의 신앙을 자녀 세대에게 강요해서 빚어진 문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했고, 가치 있으며,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자녀들에게 그 신앙을 물려주고 싶어했겠는가. 그러나 새로운 세대 처지에서 보자면, 삶의 변화를 불러온 믿음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것일 뿐이다. 그러니 강요라 느끼고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더욱이 진보적인 성향을 띤 청년들에게 우리의 종교는 너무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절망감을 안겨준다. 물론, 종교는 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교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극우친미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종교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따지고 보면, 뭇 종교가 고통 받고 가난한 무리를 보살피라는 이타성을 설파하는데 현실에서는 기복만을 목표로 한다. 믿음이 깊을수록 이기적이 되더라는 것이다. 또한 믿음에 대한 이성적 질문에도 답을 잘 해주지 않는다. 전가의 보도처럼, 믿음이 없어서라며 질문을 원천봉쇄하기 일쑤다. 이러니, 믿음에서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이찬수의 <믿는다는 것>은 드러내고 청소년을 위해 쓴 종교 이야기지만,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성인들도 한번 읽어봄 직한 책이다. 불교와 기독교를 아우르는 실천적인 신학자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오해하지는 말기를. 이 책은 분명히 종교의 보수성과, 그 틀을 넘어서는 진보성이 함께 담겨 있다.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지지해주는 책이라 여기지는 말라는 뜻이다.

먼저 보수성(아마도 지은이는 이 표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리라). 지은이는 믿음은 “내 맘대로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어지는 것”이라며 “내 계획과 관계없이 어느 틈에 믿어지게 된 내적 상태를 한걸음 물러나 성찰하면서 나는 믿는다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한다. 믿어져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인데, “실제로 믿음은 어떤 사람, 사실, 가치, 세계관이 어지간히 이해되고 공감되고 와 닿으면서도 무언가 2% 부족할 때, 그때 기존의 경험에 근거해 그 방향에 스스로를 내어 맡길 때 형성”된다고 본다. 믿음에는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어떤 결단이 요구된다. 그 결단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마도 신성한 것에 대한 체험일 터다.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종교의 토대는 무너지고 말 성싶다.

 

 다음으로 진보성. 믿음이 일종의 선물이라면, 누가 믿으라 해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믿는 이가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이미 형용모순이다. 믿음에 용기가 요구된다면, 그와 더불어 의심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힘주어 말한다. “의심은 믿음에 도달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 건강하게 묻고 생각하다 보면 의심이 풀려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 의심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근거해 용기있게 결정할 때 극복됩니다. 용감한 결정으로 의심이 극복되고 결단한 내용이 나의 것이 됩니다”라고 했으니, 두려워 말고 더 의심해볼 일이다.

» 이권우 도서평론가
믿음은 믿게 된 이의 개인사에서 엄청난 ‘사건’이다. 신성한 것이나, 초월적인 것과 교감하고 그 가치를 내면화하겠다고 결단하는 일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온전한 믿음은 지은이의 말대로 “어떤 가치나 사실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내적 상태이자, 적절한 이해, 건강한 지성, 희망적 기대, 용감한 결단 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사건”일 때 비로소 가능하다. 믿음을 이 지점에 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강요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믿음에 대한 이성적 성찰이 너무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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